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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철학역사

가나안 땅에 정착한 블레셋 사람들

by 에이제이패션 2025. 4. 21.

성경 내러티브 속 블레셋은 단순한 적대 세력을 넘어, 이스라엘과의 문화적·종교적·존재론적 갈등을 상징하는 고대 민족입니다. 이 글에서는 블레셋의 기원, 지리적 위치, 종교적 전통 등을 통해 그들의 독자적인 정체성을 탐색해봅니다.

1. 가나안의 땅에 정착한 이방 세력

블레셋은 고대 가나안 남서부 해안 지대에 자리 잡았지만, 성경의 시선에서 볼 때 이들은 토착 가나안 족속과는 분명히 구분되는 외래 세력이었습니다. 이들은 아스글론, 아스돗, 에그론, 가사, 가드의 다섯 도시로 이루어진 강력한 해안 도시 연맹을 구성하며, 전략적 요충지를 점령하고 있었습니다. 성경은 블레셋을 헷족, 여부스족, 아모리족 등 가나안의 토착 족속들과 달리 분리하여 서술합니다. 이는 블레셋이 지리적으로는 가나안에 있었지만, 문화적으로는 완전히 이질적인 집단이었음을 보여줍니다.

 

고대 팔레스타인 지도

 

2. 바다에서 온 전사들

 블레셋은 단순한 토착 민족이 아니라, 기원전 12세기 지중해를 휩쓴 해양 민족(Sea Peoples)의 일파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집트 람세스 3세의 기록에는 ‘펠레셋(Peleset)’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며, 이들이 성경에서의 블레셋과 동일 인물이라는 것이 학계의 중론입니다. 이들은 해상 이동을 통해 가나안 남서부에 정착했으며, 정복자이자 이주민으로서의 성격을 갖습니다. 특히 블레셋은 철기 기술에 뛰어나, 사무엘상 13장에 묘사된 바와 같이 이스라엘보다 월등한 무기력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람세스 3세 사원 부조

3. 블레셋의 정체성을 상징한 신 다곤

블레셋의 종교 중심에는 다곤(Dagon)이라는 신이 있습니다. 초기에는 ‘물고기 신’으로 해석되었으나, 현재는 ‘곡물의 신’이라는 해석이 더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이는 농경과 풍요를 중시한 블레셋 문화와도 일치합니다. 사사기 16장에서 삼손을 사로잡은 블레셋 방백들은 다곤 신전에서 승리를 자축합니다. 그러나 그 자리에서 삼손은 신전 기둥을 무너뜨리며 함께 죽음을 택합니다. 이 장면은 블레셋 종교와 정치 체제에 대한 상징적 타격을 의미하며, 여호와와 다곤 간의 영적 충돌로 해석됩니다.

사무엘상 5장에서는 다곤 신상이 언약궤 앞에서 쓰러진 채 발견되는 장면도 등장합니다. 이는 여호와 신앙과 다곤 신앙 간의 위계 구도를 강렬하게 드러냅니다.

 

 

 

4. 문명의 경계에 선 존재

 블레셋은 이스라엘과 공간을 공유했지만, 정체성과 문명 기반이 철저히 달랐습니다. 그들은 군사적 위협이었고, 종교적으로는 여호와 신앙에 도전하는 대체적 세계관의 표상이었습니다. 블레셋 다섯 도시는 이스라엘의 약속의 땅 안에 존재하는 '이질적 공간'이었으며, 블레셋은 단순한 이방 민족이 아니라 넘어서야 할 문명적 경계로 상징화됩니다. 현대 고고학은 블레셋의 문화, 유적, 물질문화를 통해 성경 내 묘사가 단지 신화적 상징이 아닌 실질적 역사적 기초를 반영하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경계에 선 이방세력

 블레셋은 단순한 적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이스라엘의 신학과 문명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타자’로 존재했습니다. 이스라엘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형성해가는 과정에서, 블레셋은 끊임없이 극복해야 할 상대이자 반사적 거울이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블레셋을 통해 고대 중동의 복잡한 충돌과 공존의 지형을 다시 읽어낼 수 있습니다. 그들의 존재는 성경의 역사적 층위뿐만 아니라 인간 문명의 경계와 정체성 형성의 본질을 되묻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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