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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철학역사

기업 무를 자 고엘(Go'el)제도와 조선 시대 종법제에 관하여

by 에이제이패션 2025. 5. 1.
고대 이스라엘 사회의 유산 복구 시스템, ‘고엘(Go’el)’로 알려진 ‘기업 무를 자’ 제도는 고대 이스라엘 사회에서 가문의 땅과 명예를 유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적·경제적 장치입니다. 이는 현대적 시선으로 볼 때 가족 중심의 사회보존 시스템이며, 여성과 자손의 권리는 철저히 가문의 연장을 위한 수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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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엘의 의미

히브리어 ‘go'el(גֹּאֵל)’은 본래 구속자, 되찾는 자라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도와주는 친척 이상의 개념으로, 다음과 같은 역할이 부여된 제도적 신분이었습니다:

  • 가문 내 죽은 자의 유산을 되찾음
  • 무고하게 죽은 자의 피를 대신 복수함 (피의 보복자)
  • 가난하여 종이 된 친족을 대신 구속함
  • 이름 없이 죽은 자의 계보를 잇기 위해 결혼함

즉, 고엘은 법과 혈통을 지키는 기능을 가진 일종의 '사회적 안전장치'였습니다. 오늘날로 치면 일종의 ‘가족 대표’ 혹은 ‘유산 관리자’에 가까운 위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엘 히브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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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기업 무르기의 법적 구조

당시 이스라엘 사회에서 토지는 단순한 재산이 아니라, 신이 지파별로 나눠주신 신성한 분깃으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가난이나 기근, 전쟁 등의 이유로 어떤 가문이 땅을 팔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기면, 그 땅은 가문 밖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이때 등장하는 인물이 바로 '고엘'입니다. 여기서 고엘은 어떤 직책이나 특정인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고 그냥 역할 차원이라고 보면 됩니다. 그렇게 고엘은 가까운 친족으로서, 돈을 지불하고 그 땅을 대신 되사 주는 역할을 맡습니다. 이렇게 하면 땅이 다시 원래 가문에게로 돌아오게 되어, 공동체 내에서 지파의 경계와 분배 질서가 유지될 수 있었죠.

3. 고엘 제도와 한국의 종법 제도

고엘 제도는 죽은 자의 이름과 재산을 지키기 위한 사회적 시뮬레이션처럼 작동합니다. 룻은 이 제도 안에서 철저히 ‘계보 복원용 인물’로 기능합니다. 어떤 남성이 자녀 없이 죽었을 때, 그의 형제나 가까운 친척이 그 미망인과 결혼해 자식을 낳는 관습이 있었는데요. 이 자식은 죽은 자의 이름으로 계보를 이어가게 됩니다. 그렇게 하면 죽은 사람의 이름이 이스라엘 공동체에서 끊기지 않게 되고, 그의 땅도 후대에 계승될 수 있게 됩니다. 이 역시 고엘의 의무 중 하나였습니다.

 

조선 시대에도 이와 비슷한 제도가 있었습니다. 조선시대 한국에서는 유교적 종법제에 따라 장자(長子)가 가문의 대표이자 제사의 계승자로 간주되었습니다. 하지만 장남이 자식 없이 죽는 경우, 차남이나 삼남의 아들을 양자로 들여 장남의 이름으로 족보에 올리는 관습이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제사와 상속권은 계속해서 장자 계열에서 유지되었고, 양자로 들어간 자식은 원래 아버지의 아들이 아니라 장남의 아들로 간주되었습니다. 이러한 입양은 현대적 의미의 양육 중심 입양이 아니라, ‘가문의 맥을 잇기 위한 행정적 재배치’였고, 실제로 생모보다 양모(장남의 부인)의 지위가 족보상 우위에 놓이기도 했습니다. 이는 이름과 제사가 곧 기억과 존재의 연속성이라는 관념에 기반한 제도였습니다.

 

두 제도 모두에서 핵심은 개인보다 가문이 우선된다는 점입니다. 죽은 자의 이름은 지워져서는 안 되었고, 그 이름을 이어가기 위한 사회적 장치가 반드시 작동했습니다. 이스라엘에서는 고엘이, 조선에서는 종손 중심의 입양 관습이 그러한 기능을 수행했습니다. 또한 이 제도들은 모두 여성을 계보 유지를 위한 매개로만 다루는 공통된 한계를 보여줍니다. 룻은 보아스를 통해 말론의 아들을 낳기 위한 수단이었고, 조선시대의 생모는 족보상에서 아예 지워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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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제도에서 문화로: 두 사회가 보여준 인간관

고엘 제도와 종법제는 모두 가문 중심의 사회관을 전제로 한 제도적 반응이었습니다. 단절을 두려워했고, 이름의 지속이 곧 존재의 지속이라는 사상을 전제로 움직였습니다. 이 구조 속에서 가족은 감정 공동체가 아니라, 기억과 질서를 관리하는 법적 단위에 가까웠습니다.

현대의 개인 중심적 사고로 보면, 고엘 제도나 종법제 모두 지나치게 가족을 구조화하고 인간을 기능화한 체계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는 불안정한 사회 속에서 기억과 존재를 유지하려는 장치였고, 그러한 점에서 두 문화는 시대와 지역을 달리하지만 유사한 긴장을 공유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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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제도의 비판적 시각

이처럼 고엘 제도는 단순히 도움을 주는 친척 개념을 넘어서, 공동체의 구조와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한 법적·사회적 장치였습니다. 죽은 자의 이름, 무너진 가문의 명예, 그리고 신이 나눠준 땅을 지키기 위한 체계적인 시스템이었고, 당시 이스라엘 사회의 가족 중심적 가치관을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구조는 가문 중심 사회에서는 유효했지만, 개인의 정체성과 선택권, 특히 여성의 인격은 뒷전으로 밀려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고엘 제도에서 룻은, 한국의 종법제에서는 양자의 생모는, 모두 ‘기억과 혈통을 잇기 위한 매개’로 기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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