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의 위대한 서사 속에는 때로 이름도 없이 스쳐 지나가는 인물들이 있다. 그들은 주인공도 아니고, 특별한 기적을 행하지도 않으며, 긴 연설을 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들의 한마디, 그들의 작은 제안이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기도 한다. 사울의 시종이 바로 그런 인물이다.
나귀를 찾아서
사무엘상 9장의 그 장면을 떠올려보자. 기스의 아들 사울은 아버지의 잃어버린 암나귀들을 찾아 사흘 동안 헤매고 있었다. 에브라임 산지에서 시작해 살리사 땅, 사알림 땅, 베냐민 땅, 그리고 숩 땅까지. 발품을 팔아도 나귀들은 보이지 않았다. 지친 사울이 포기하려 할 때, 그의 시종이 입을 연다.
"보소서, 이 성읍에 하나님의 사람이 있는데 존경을 받는 자라 그가 말한 것은 반드시 응하나니 그리로 가사이다 그가 혹 우리가 갈 길을 가르쳐 줄까 하나이다."
시종의 안내
이 무명의 시종은 사울보다 더 넓은 시야를 가지고 있었다. 주인이 단순히 "집에 돌아가자"고 할 때, 그는 "하나님의 사람을 찾아가자"고 제안했다. 그는 라마의 사무엘에 대해 알고 있었고, 그의 명성을 들어 알고 있었다. 무엇보다 그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희망의 가능성을 보는 눈을 가지고 있었다.
3. 진정한 조력자
흥미롭게도, 이 시종은 실용적인 지혜도 겸비하고 있었다. 사무엘을 만나러 가려면 예물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마침 자신이 은 한 세겔의 사분의 일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예의를 아는 사람이었다. 하나님의 사람을 찾아가는 것이 단순한 점술이나 무료 상담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한 장면에서 우리는 계급사회의 아이러니를 본다. 주인인 사울은 체격도 좋고 준수하며 어깨 위로 모든 백성보다 키가 크다고 했지만, 정작 지혜로운 제안을 한 것은 이름 없는 시종이었다. 신분은 낮았지만 그의 통찰력은 주인보다 뛰어났다. 그는 단순히 명령을 따르는 하인이 아니라, 상황을 판단하고 대안을 제시할 줄 아는 진정한 조력자였다.
4. 시종이 없었다면
만약 이 시종이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사울은 그냥 집으로 돌아갔을 것이고, 사무엘을 만날 기회도 없었을 것이며, 이스라엘의 첫 번째 왕이 되는 일도 없었을지 모른다. 하나님의 섭리가 한 무명인의 지혜로운 제안을 통해 펼쳐진 것이다.
우리는 종종 위대한 인물들의 이야기에만 주목한다. 왕들과 선지자들, 영웅들과 지도자들의 극적인 순간들에 감탄한다. 하지만 역사는 이름 없는 사람들의 작은 지혜, 겸손한 제안, 적절한 타이밍의 한마디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사울의 시종은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절망적인 상황에서 희망을 제시할 수 있는가? 당신은 계급이나 지위에 관계없이 지혜로운 조언을 할 용기가 있는가? 당신은 하나님의 사람들을 알아보고, 그들을 존경할 줄 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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