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수아 5장에 나오는 여호수아의 할례 명령은 언약 갱신이자 성욕 통제 전략이었습니다. 광야에서 이미 성적 타락을 경험한 그는 가나안 입성 전 본능을 제어하고자 할례 의식으로 전의를 다진 모양새입니다.

성욕과의 전쟁
고대인들의 전쟁은 단순한 무력 충돌이 아니라 생명과 생식권을 두고 벌어지는 총체적인 지배 싸움이었습니다. 승자는 패자의 재산과 생명뿐만 아니라 여성들과 후손까지 지배하며 완전한 승리를 확인, 그리고 장악했습니다. 이 구조는 고대 사회 전반에 공통적으로 확인된 전쟁의 속성이었고 이스라엘 역사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모세에서 여호수아로 후계를 이어받으며, 가나안 정복 직전 여호수아는 전군에게 할례를 명령하였습니다. 이는 단순한 종교적 의식을 뛰어넘은 전략적이고 심리적인 조치라고 보입니다. 여호수아는 민수기 25장에서처럼 이스라엘 나자들이 모압 여인들을 무자비로 성적 농락을 하고 이것이 우상 숭배로 이어지면서 하나님의 진노를 산 사건을 명확하게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40년 동안 광야에서 성적 자극없이 경건하게만 살아온 이스라엘 남성들이 가나안의 젊고 아름다운 여인들을 마주했을 때 같은 실수를 반복할 가능성은 충분했습니다. 그래서 여호수아는 오히려 전의를 되살리는 차원에서 할례라는 고통스러운 의식을 통해 그들의 욕망과 본능을 통제하는 선제적 장치를 마련했다고 생각합니다.
각인 효과
할례는 당시에 생식 그리고 생명과도 직결된 고통을 가하는 의식이었습니다. 육체적 고통과 피흘림을 통해 너의 몸과 생명은 하나님께 속했다는 각인 효과를 갖게 하는 거죠. 그리고 동시에 할례 후 며칠 간의 회복 기간을 통해 전쟁 초반의 불상사나 통제 불가능한 성적 욕망의 폭주를 원천 차단하는 기능을 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더 나아가 이 고통의 의식이 남성과 여성의 역할 차이와도 연결됩니다.
아픔만큼 성숙해지고
유달리 유대인들은 할례를 강조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이는 남성과 여성의 역할 차이와도 연결됩니다. 여성은 창세기 때 하나님의 진노로 출산의 고통을 주셨고 그것도 한 달에 한 번씩 월경의 고통을 준 상태입니다. 반면 남성은 이러한 생리적 순환이 없기에 성인식이나 전쟁과 같은 의식적 고통을 통해서만 생명과 죽음의 경계를 체험하고 진짜 성숙하는 계기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여성은 반평생을 잔잔바리 고통을 달고 산다면 남성은 한방에 세게 고통을 받는 것이죠.
할례로 복수도 하고 언약 갱신도 하고
이스라엘의 수장은 대를 이어 할례를 엄청난 공포 소구로 활용하는 경향이 있어 보입니다. 남성들을 겁박하는 도구이기도 하고 어떤 절제와 공동의 약속, 그러니까 조폭들이 혈서 같은 거 쓰고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유대인들의 할례가 꼭 신성해 보이지 않는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복수의 수단으로 이용했기 때문입니다. 할례는 본래 아브라함이 하나님과 가나안 입성을 언약으로 맺으며 시행한 의식이었습니다. 창세기 34장에는 야곱의 딸 디나가 세겜 성의 족장 아들에게 겁탈을 당한 일이 생깁니다.
이때 시므온과 레위가 결혼을 요청하는 세겜에게 허락하는 대신 너희 성의 모든 남성이 할례를 받아야 한다고 요구합니다. 그리고 모두 할례 후 회복중일 때 시므온과 레위가 급습하여 전부 학살하였습니다. 이렇게 신성한 의식을 사적인 복수로 활용한다는 게 도무지 인해가 가질 않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야곱의 저주를 받았음에도 이후 유대 민족은 레위 지파를 중심으로 가나안을 정복하고 승승장구했잖아요? 이런 것을 보면 성경에 얼마나 모순이 가득한지, 그러면서도 얼마나 전략적인지, 나름 배울 점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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